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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윤 [뱀의 제자들]

군사들이 술렁거리는 소리가 커진다. 한 이무기가 저지른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본다. 심지어 붉은 왕을 이용했다던가? 천의 군대, 은성의 군대 할 것 없이 뒤섞여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다. 아닌가? 은성의 군대가 이상하다. 대장군 무윤은 그들이 웃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단순히 염원하던 것을 이뤘다는 기쁨 이상의 광기가 보일 정도다. 그 순간 계화가 소리친다.

“그토록 바라던 예언이 이뤄졌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은성의 군사들이 긴 함성을 내지른다. 용이시어! 용이시어! 간절함을 바라 외치는 목소리. 무윤은 그 순간 피가 멎는 기분을 느낀다. 함께 광신 어린 목소리로 용을 외치는 것은 천의 옆에서 백성들을 죽이라 속살거리던 궁인들도 함께이다. 천천히 무윤이 무너져 땅바닥에 주저앉는다. 선왕에 선왕까지 아주 옛날부터 국사에 참여했던 명망 있는 집안의 대신관료들도 포함이다. 은해가 날아오른 하늘을 바라본다. 어두운 밤하늘에는 달조차도 없다. 횃불로 인해 붉은 빛만 눈앞에 아른거린다. 무윤은 떨려오는 손으로 검을 바라본다. 천이 하사한 대장군의 검은 붉게 물들어 핏물을 툭툭 떨어트린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지 알 수 없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도.

스토리텔러: 안정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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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우리 프로젝트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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