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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화 [계화]
희비가 교체되는 현장에서 누군가가 빠르게 달리기 시작한다. 허무하게 왕을 잃은 천의 군대는 사기를 잃고 무기를 던져 공격 의사가 없음을 알린다. 그 순간 장군님!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챙! 주저앉아있던 이들의 갑옷이 바닥을 박차고 일어나며 쇳소리가 울린다. 하지만 그 소리가 달려 나가는 이를 멈춰 세우지는 못한다. 바람결에 짧은 흑색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뱀의 동공이 일그러졌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다. 짙은 톤의 피부에서 점차 껍질 같은 것이 떨어지고 있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어내는 몰골이다. 애기 사 씨가 허물을 벗어내는 경우는 단 한 가지뿐이다. 현재 사 씨가 죽었을 때. 현 사 씨가 죽음을 맞이했다. 계화는 인상을 잔뜩 구긴다. 빙글빙글 도는 시야 속에서 바삐 달려가는 곳은 현 사 씨도 가본 적 없는 용호다.
거기서 오른 쪽이란다, 얘야.
집중 해보렴.
너도 나의 일부잖니.
어서.
더 빨리.
내 딸이 죽어가고 있잖아.
빨리!
계화는 사 씨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생각한다. 예언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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