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홍 [탈출]

“주홍!”

 

거칠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홍을 따라잡았다. 이 불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어쩌면 모두 죽이고 불을 질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해우는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간 홍을 억세게 붙잡아 어깨에 들쳐멨다.

 

“놔! 사람들이 여기 있어, 이거 놓으라고!”

 

거세게 발버둥 치는 홍을 힘으로 붙잡고 벼랑 끝으로 달렸다. 이미 섬의 모든 곳이 불길에 삼켜졌다. 절벽 아래에 있던 해우의 은신처에는 불길이 늦었지만 그곳도 곧 삼켜질 테다. 섬 안에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 오직 바다, 까마득한 바다뿐이었다.

 

해우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어떻게 거머쥔 목숨인데 호락호락 죽어줄 수는 없었다. 버려졌어도, 그래도 이무기였다. 용들이 내게 일말의 동정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죽이지는 않겠지. 해우는 땅을 박차고 힘껏 뛰어올랐다.

스토리텔러: 박은미

KakaoTalk_20200603_142207467.png

@2020 가우리 프로젝트 불씨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