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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계화]

“안녕하세요?”

 

태연스레 인사를 건네는 상대는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해우는 홍을 단단히 붙잡고 제 앞의 존재를 경계했다. 홍은 기절한 건지 포기한 건지 반응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해우는 눈앞의 존재가 누구인지 가늠할 수 있었으나 그가 왜 이곳에 있는지, 그 목적을 알 수 없어 신경이 곤두섰다. 뱀처럼 세로로 쭉 찢어진 동공, 어두운 피부.

 

“애기 사 씨…. 사 씨의 후계가 왜 여기 있지?”

“진정하고 자리에 앉으세요! 그렇게 커다란 이무기가 서 있으면 배가 흔들린다고요.”

“왜 여기 있느냐고 물었어. 사 씨가 보냈나?”

 

계화는 한숨을 폭 내쉬고 노를 단단히 그러쥐었다. 이무기는 설득한다고 설득될 위인이 아닌 듯했으므로 자리를 벗어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섬이 다 불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자들에게 잡히면 개죽음이 될 테니까.

 

“어서 오십시오, 계화 운송의 선장 계화입니다!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쾌활하게 말을 마친 계화가 노를 젓기 시작했다. 천천히, 둥글게 움직이던 노가 점점 더 빠르게 속도를 붙였다.

 

해우는 어깨에 들쳐멨던 홍을 제게 기대도록 비스듬히 내려놓고 천천히 주위를 살폈다. 바다로 들어왔으니 사방이 물이고, 주변에는 커다란 배의 기척도 있었다. 해우는 섣불리 움직이는 대신 경계를 유지하며 나룻배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스토리텔러: 박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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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우리 프로젝트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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