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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삶]

매서운 바닷바람이 뺨을 할퀴었다. 작은 나룻배 끄트머리에 앉은 주홍의 시선은 섬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배를 탄 이후로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섬은 어둠 속에서 여전히 붉게 빛났다. 섬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 붉은 점처럼 보일 때쯤, 홍이 입을 열었다.

 

“해우.”

 

해우는 말없이 홍을 바라보았다. 홍은 여전히 섬을 바라보고 있었다.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듯이 흐린 눈동자. 해우는 그 눈을 알고 있었다.

 

“나는 왜 살아있는 걸까.”

 

살아남으라는 한 마디를 붙잡고 버텼다. 발톱이 빠지고 추위에 손가락이 곱아들어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리고 결과는 고작 이랬다. 지독한 허무가 홍을 덮쳤다. 해우는 겉옷을 벗어 홍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활활 타오르는 작은 섬 뒤로 해가 떠올랐다. 붉은빛이 어둠을 밀어내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간을 품지 않던 파도는 작은 나룻배에게 이상하리만큼 다정했다.

스토리텔러: 박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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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우리 프로젝트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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