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출발]
“계화 운송을 이용해주신 손님 여러분 감사합니다! 목적지인 내륙에 도착했습니다! 파도가 거세니 빠지지 않도록 안전하게 내려주세요!”
계화의 밝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덩치 큰 장정 몇이 항구에 나와 배를 맞이했다. 해우는 홍을 제 몸 뒤로 감추고 경계하듯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육지에 도착했으니 위협을 가하면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었다.
“아이 참, 또 그러시네! 붉은 왕을 도와드리러 온 거라니까요.”
계화가 활짝 웃자 험상궂은 인상의 장정들이 따라서 활짝 웃었다. 한껏 선해 보이는 인상에 해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육지에 오면 사 씨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인간의 탈을 쓴 뱀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붉은 왕이라느니 어쩌니 하는 소리는 분명 예언일 테니 그에 대한 설명도 좀 더 자세히 들을 생각이었는데, 설마 저 덩치 큰 장정 중 하나가 사 씨인 것은 아니겠지. 해우는 질색하며 몸을 떨었다.
“사 씨는 어디 있지?”
“스승님은 역린 밖으로 못 나오세요.”
“뭐?”
“뱀은 추위에 약하잖아요. 물론 저도 그렇지만, 사 씨가 되면 더 심해진다고 하더라고요. 동면하기 싫으면 별 수 없죠, 뭐.”
마치 남의 일을 대하듯 태연한 표정이었다. 해우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계화를 바라봤다. 계화는 해우의 험상궂은 표정을 마주하고도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외려 해우의 반응은 안중에도 없이 장정들의 손에서 봇짐을 건네받아 해우에게 안겨주었다.
“이건 중요한 거니까 직접 챙기셔요. 다른 것들은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이 사람들이 옮겨줄 거예요.”
해우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한숨을 뱉었다. 해우는 흘깃, ‘붉은 왕’일 홍을 돌아보았지만 홍은 여전히 멍한 눈으로 서 있을 뿐이었다.
“자, 갈 길이 멀어요. 스승님이 계신 곳까지 가셔야죠. 어서 움직이세요, 어서요.”
계화가 홍과 해우의 등을 떠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