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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윤 [살해]

전서구가 매달고 온 종이가 무윤의 손 안에서 무참히 구겨졌다.

유배지로 향하는 길에 죽을 줄 알았던 공주는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공주에게 별다른 유감이 없던 병사들조차 그 질긴 생명줄에 학을 뗄 정도였다. 무윤 역시 어린 공주가 죽기를 바라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공주가 살아있으면 분명 천에게 위협이 될 터였다.

천은 계승자라는 이유로 비웃음 속에서 자라 그 성정이 예민하고 날카로웠다. 그런 천이 공주에게 유배를 명한 것은 의외의 일이었다. 그러나 유배지는 꼬리 파편 섬이었다. 무윤은 유배지로 도착하기도 전에 공주가 죽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공주의 목숨줄은 어찌나 긴지, 끝끝내 살아 유배지에 도착했다. 혹독한 유배지에서 소외당하고,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공주가 굶어 죽으리라 예상했던 것 역시 무참히 깨졌다.

‘살아있습니다.’

공주의 동태를 살펴 보고하는 종이에는 늘 같은 말이 적혀 도착했다. 공주의 나이는 이제 열일곱이었다. 천이 열여덟에 즉위해 보위에 오른 것을 생각하면 열일곱은 반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나이였다. 접근하기 힘든 유배지의 특성을 이용해 이미 반란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잡초가 싹을 틔우기 전에 태워버려야 한다.

최근 천은 평소보다 더 예민하고 날카로웠다.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왕에게 또 다른 짐을 얹을 수는 없었다. 무윤은 천이 모르게, 조용히 군대를 소집했다.

스토리텔러: 박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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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우리 프로젝트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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