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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씨 [애원의 감정]

사 씨는 오수를 좋아할 수가 없었다. 뺀질거리는 웃음을 걸고 슬슬 비켜서기 바쁜 세자는 잔꾀가 좋았다. 애초에 그는 호기심이 많았으며, 눈치가 빨랐고, 한 번 꽂히면 계속 파고 들어야 했다. 좋아할 수 없었다. 오수가 무엇을 눈치 챌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사 씨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오수가 잘못된 것을 파고 들까봐. 그리고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오수는 용에 대해 의심을 품었다. 더 나아가 낙원에 대해 의심을 품었으며 그 의심은 곧 해우를 향했다. 왕이 이무기를 의심하고 있었다. 의심은 신뢰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해우는 왕이 즉위한지 1년이 넘었음에도 용이 되지 못했다. 불쌍한 해우님. 사 씨는 귀를 틀어막았다.

 

사 씨는 결국 오수를 찾아갔다. 오수를 찾아가서 그만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오수는 웃었다. 언제나와 다름없는 맑은 웃음이었다. 그 웃음에 약간의 거짓도 없었다. 확신하고 있다. 자신의 행동에 확신을 더 했다. 오수가 말했다. 당신은 언제나 용들의 편이지. 그 말에 사 씨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그 분이 사 씨를 타박했다. 자신의 두려움이 되려 일을 키운 것이다.

 

점점 해우가 공식 행사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적어졌다. 소수정예의 학자들이 용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왕의 명령이었다. 급기야 오수는 대신관료들이 다 보는 앞에서 해우에게 물었다. 이 나라는 용의 나라인가, 인간의 나라인가? 해우는 당연히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하려고 했으나 오수가 가로 막았다. 짐은 잘 모르겠군. 보아라. 이 땅은 용에게 너무 의존하고 있지 않는가. 나의 벗, 자네는 정말 대답할 수 있는가? 이 나라는 용의 가호가 사라지면 파도에 파묻힐 것이며 사 씨의 예언이 없으면 국정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너를 위함이지. 네가 낙원에 제대로 올라가기 위해서. 오수의 말에는 막힘이 없었다. 해우만 벙 쪄서 오수를 바라봤다. 오수가 얼마나 내뱉고 싶었던 말이면 그 얼굴에 후련함 마저 느껴졌다. 그거 아는가, 해우? 계승자들은 몸이 약해. 수명이 얼마 없다는 뜻이야. 나는 때때로 여의주에 영혼을 먹히는 기분이 든다. 마치 나를 잡아먹으며 자라고 있는 것만 같아. 사 씨는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대신 사 씨는 전하! 하고 울부짖었다. 아주 오랜 시간 오수를 본 사 씨는 오수마저 사랑했다. 그래, 사랑했다. 이것은 사랑이었다. 오수는 허탈하게 웃었다. 자네의 충성스런 뱀이 그만 하라고 하는군. 역시나 이번에도 사 씨의 말은 전달되지 못했다.

 

사 씨는 오수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감정을 잃고 무뚝뚝하게 구는 뱀이었으나 눈물을 흘렸다. 오수는 그 앞에 같이 무릎을 꿇었다. 그 표정에 깃든 것은 비웃음 같기도 했다.

 

“그만 해. 해우가 이제는 무릎마저 꿇라고 하던가? 그에게 정말 나를 향한 신뢰가 있기는 한가? 그만 해. 그만하세요, 선생님.”

 

군사들이 사 씨를 끌고 나간다. 오수는 슬픈 낯으로 웃었다. 사 씨는 울고 싶었다. 오수의 이름을 외치면서 그만 멈추라고. 멈춰. 멈춰. 때로는 모르는 것이 약이 된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말할 수 없었다. 그 분이 명령하고 있었다.

 

닥치고 처박혀.

스토리텔러: 안정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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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우리 프로젝트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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