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 [재생]
이 호수에 빠진 것이 얼마만이더라. 탄생 날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여전히 물속은 아름다웠고, 실타래 같은 빗줄기는 물결을 뚫고 하늘거린다. 몸에 점차 열기가 오른다. 해우가 인상을 찡그린다. 왜 어린 뱀이 날 밀었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점차 가라앉기만 할 뿐이었다. 저 밖으로 헤엄쳐 나갈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죽음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더운 숨을 내뱉는다. 물 속에서 덥다니. 진짜 웃길 노릇이다.
죽으면 안 돼.
누군가 속삭인다. 해우가 주변을 둘러본다. 당연히 이 넓고 넓은 호수 속에는 자신뿐이다.
잠잠한 물결의 흐름을 타고 목소리가 속삭인다. 누구냐고 입을 열 틈도 없이 해우의 눈에 한 인영이 잡힌다. 검은 머리카락이 물결을 따라 흔들린다. 깊은 수중이 흔들린다. 홍이 해우에게 손을 뻗는다. 해우는 멍하니 빛줄기와 함께 떨어져 내리는 홍을 바라본다. 그 손을 홀린 듯이 맞잡는다. 그 순간이었다. 오장육부가 다 뒤집히는 기분이 든다. 헉, 하고 바람 소리만 간신히 내뱉는다. 애초에 물속인데 소리가 들렸을 리도 없지만. 뼈마디가 다시 틀어 맞춰지는 기분에 해우는 제 입을 틀어막는다. 홍이 잡았던 손을 순간적으로 뿌리친다. 뜨거운 것에 데인 양 해우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다 다시금 그 손을 잡고 이끈다. 뭔가 이상하다. 괜찮아. 다정한 목소리가 속삭인다. 그렇게 물 밖으로 끌어올려진다.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가 들린다. 눈을 뜨면 눈물 자국이 늘어 붙은 계화 ... 정확히는 새 사 씨가 차분한 눈으로 해우를 바라보고 있다. 사 씨가 해우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모든 것을 되돌릴 때가 왔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