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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 [고해]

검은 재가 휘날린다. 해우는 자신의 몸을 바라본다. 검게 변하던 피부가 점차 잿더미로 변해 흐트러지고 있다. 아득바득 살아온 몇 백 년 치의 목숨이 드디어 끝나가고 있다. 해우의 시선이 홍에게로 향한다. 홍은 해우를 바라보지 않는다. 처박힌 고개 아래로 물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해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다. 그토록 증오하던 인간의 모습과 자신은 아주 유사했다. 처음 만난 홍의 얼굴을 떠올린다. 반쯤 죽은 희망이 꺼져버린 그 눈을.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죽는 것을 봤더랬다. 자신의 혈육이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 죽여 버리는 것을 봤더랬다. 그런 아이에게 자신이 저지른 일의 업보이다. 점차 바스라 지는 몸이 하늘로 높게 휘날린다. 해우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럼에도 지금에서야 말하자면, 나는 너를 사랑했노라. 너를 가르치고 키우면서 인간들이 말하는 부모 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더라. 자신 윗대의 이무기 정랑은 해우를 사랑했다. 그는 말했다. 사랑에 보람을 느낀다고. 나 또한 보람을 느꼈다고. 점차 성장해 가는 너를 보며, 내가 너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 그래서 차마 과거를 말하지 못했고, 자신의 죄를 말하지 못했다. 사랑해. 해우는 소리내어 말하지 못한다. 그럴 자격이 있을 리가 없다.

 

“해우님!”

 

누군가 해우의 이름을 부른다. 해우가 눈을 뜨면, 퍽! 강한 힘에 밀쳐진다. 해우는 자신의 뒤로 자신으로 인해 푸른 그림자가 일렁임을 확인한다. 다시 시선을 돌리면 당황해 손을 뻗는 홍과 울고 있는 계화가 보인다.

 

풍덩,

스토리텔러: 안정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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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우리 프로젝트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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