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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화 [폭풍전야]
용의 머리에 자리한 수도는 용의 눈이 위치한 곳에 궁이 세워졌다. 어느 곳보다 우뚝 솟은 궁의 반대편으로는 거대한 용호가 펼쳐져 있었다. 물론 그곳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해우뿐이었다. 사 씨도 오수 이후로 수도에 발도 들일 수 없었다. 선대 사 씨들의 기록으로만 기억하는 용호의 모습. 이제는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해우조차 몰랐다. 자신의 스승이자 가족인 사 씨도 밟지 못한 수도 땅을 밟으며 계화는 묘한 기분을 느낀다. 사 씨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고, 홍이 무사히 왕이 된다면 제사장은 아마 자신이 될 것이었다. 해우의 상태를 보거라. 출발하기 전 사 씨가 계화에게 일러준 말이 떠오른다. 용호는 가우리 이무기들의 출발점이자 성소였다. 용호가 이미 엉망이 되었다면 이 나라에 더 이상 용의 힘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여의주를 물고 태어나는 왕족과 전설로만 남은 이무기의 섬이 될 테고, 뱀들은 더 이상 제사장의 자리를 버리고 태어났던 곳으로 되돌아 갈 것이다. 계화는 괜히 마음을 졸인다. 적어도 자신은 왕이 된 홍의 옆에 오래도록 있고 싶었다. 윗대의 윗 사 씨부터 그렇게나 기다리던 진짜 왕이었다. 왕이 수명을 다해 낙원으로 가는 모습까지는. 저 멀리 홍의 명령으로 군대가 움직인다. 궁으로 가기 전 마을 전체를 수색할 생각인 모양이다. 계화는 평소와 같은 밝은 웃음을 걸고 다친 백성들을 치료하는 군사들 무리에 끼어든다. 다들 열심히 움직이는데 혼자만 놀고 있기 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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