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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보은]
‘이 마을은 산 아래에 있어 볕이 들지 않았고, 최근에는 산짐승까지 내려와 사람들을 물어갔다. 사람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갔다. 며칠 전 군사들이 꼬리 지역 일대를 휩쓸고 다녔다.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자와 함께 다니는 여자를 찾으며 사례금까지 제안했다.’는 것이 사람들의 주장이었다.
“죽을 죄를 저질렀습니다. 살려주십시오.”
노인이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푸석한 백발에 닿은 달빛조차 건조했다. 젊은이들이 마을 이장인 노인 몰래 저지른 일이었다. 해우는 살려둘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홍은 고개를 저었다. 살고 싶어 한 일이었다. 이들도 불쌍한 백성이었다.
해우와 홍은 노인의 집에서 하루를 묵고 떠나기로 했다. 해우는 이 더러운 인간들이 가득한 마을을 곧장 떠나고 싶었으나 홍이 가우리의 혹독한 날씨를 견디게 할 수는 없었다.
“이무기 님이시지요?”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낡은 초가집에 노인과 홍, 해우만 남게 되었을 때 노인이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해우는 경계하며 노인과 홍의 사이를 가로막았지만 노인은 세월의 흔적이 묻은 얼굴로 웃을 뿐이었다.
“사람도 물어가는 산짐승들이 머리를 조아리는 존재는 이무기 님뿐일 겁니다. 내륙은 위험합니다. 이것을 가지고 용오름으로 가십시오.”
노인은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는 해우의 앞에 꼬깃꼬깃 접힌 종이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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