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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꿈]

핏물이 땅을 축축하게 적셨다. 비릿한 피 냄새가 역겨웠다. 코를 틀어막고 싶었으나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숨이 막혔다.

 

주홍을 사형에 처한다

주홍

죽여라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살아남으세요

이 되세요

 

죽은 듯이 사십시오

 

.

.

.

.

 

번쩍. 내내 감춰져 있던 주홍의 눈동자가 드러났다.

홍은 바쁘게 눈을 굴렸다. 이곳은 차가운 냉궁도, 어머니가 피를 흘리던 뜰도, 유배지의 낡은 초가집도 아니었다. 홍은 이곳에서 눈을 떴던 순간을 떠올렸다.

 

새빨간 눈동자가 홍을 바라보고 있었다. 막 잠에서 깬 홍은 그 눈동자가 핏방울이고, 이곳이 궁의 뜰이라고 생각했다. 홍은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너 뭐야?”

 

그러나 죽었다기에는 등의 감각이 너무 생생했다. 등은 칼로 쑤셔진 것처럼 아팠다. 쓰러지기 전처럼 견딜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으나 괜찮다는 것도 아니었다. 죽으면 아프지 않다더니. 어른들은 거짓말쟁이였다.

 

“야.”

 

서러움이 몰려왔다. 눈가가 뜨거워졌다. 죽었으니 엉엉 울어도 되지 않을까.

 

“야!”

 

왈칵 눈물을 쏟아내려는 순간, 누군가가 빽 내지른 소리가 귀에 꽂혔다. 화들짝 놀란 홍은 그제야 저를 내려다보는 사람을 발견했다.

 

“누구세요…?”

스토리텔러: 박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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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우리 프로젝트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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