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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스승]

홍은 문양통을 핑계로 며칠이나 더 해우의 동굴 안에 머물렀다. 해우의 은신처에는 낡은 책들이 가득했다. 홍은 짠 바닷바람에 절여진 종이 냄새가 마음에 들었다. 홍이 책에 관심을 보이자 해우는 책을 읽는 것을 허락했다. 그러나 홍이 읽을 수 있는 글자는 몇 개 되지 않았다. 배움이 짧으니 별 수 없는 일이었다. 해우는 홍에게 글자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홍은 동굴 바닥에 글씨를 쓰며 배움을 익혀나갔다.

 

“왕이 되고 싶지 않아?”

 

홍은 배움이 빨랐다. 가우리의 역사는 물론이고 제왕학이나 군사학 같은 어려운 내용들도 이미 알고 있던 것을 복습하듯이 순식간에 흡수했다. 왕도에 대해 가르칠 때는 눈을 빛내며 즐거워했다. 해우는 오래 전 같은 내용을 배웠던 누군가를 떠올렸다가 지워냈다.

 

살아남으세요.

꼭 살아남아

왕이 되세요.

 

홍은 질겁하며 고개를 저었다. 해우는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 말았다. 왕도나 제왕학을 가르치는 것은 모두 홍을 왕으로 만들기 위한 일이었다. 해우는 용이 되어야 했다. 용이 되어 살아남기 위해서는 홍을 보위에 올려야 했다. 그러나 당장은 아니었다. 천천히, 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설득할 시간은 충분했다.

스토리텔러: 박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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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우리 프로젝트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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