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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하룡제]

대항구는 군중으로 가득했고 곳곳에 군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홍과 해우는 그들의 눈을 피해 군중 속으로 숨어들었다. 홍은 잔뜩 긴장한 채 군사들의 동태를 살폈다. 그들은 가만히 서서 사람들을 바라보거나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웃기도 했다. 누군가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는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홍은 해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해우는 상황판단을 마친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으로 가야지. 온 김에 잠시 숨 좀 돌리고 가자.”

 

홍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해우의 말을 이해하고는 긴장을 풀었다. 그러자 주위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홍의 시선은 하늘에 꽃혔다. 빛으로 물든 밤하늘은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해우는 홍을 바라보며 무언가 생각하다가 어딘가로 사라졌다. 홍은 해우가 사라지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저 하늘을 바라보았다. 곧 돌아온 해우는 홍에게 풍등을 건넸다.

 

“날려봐.”

 

풍등을 받아 든 홍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해우는 그것이 풍등의 빛이었는지, 다른 어떤 것이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그녀가 더 오래 전에 그 빛을 품었으면 좋았으리라-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람들이 한쪽으로 이동하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스토리텔러: 고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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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우리 프로젝트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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