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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출전]

수도가 봉쇄된 것은 일주일도 넘었다고 한다. 수도가 급하게 봉쇄되어 미처 수도로 돌아가지 못한 상인 무리가 은성에 소식을 전해왔다. 사 씨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출전을 지휘했다. 마치 이 순간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연습한 사람 같았다. 군사들이 모두 대형을 맞추고 용두를 향한다. 해우가 가장 앞에 나선다. 검은 말을 타고 용두를 바라보는 해우는 어쩐지 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도 그럴 것이 간신히 살아 도망친 그가 몇백년 만에 나고 자란 수도로 돌아가는 것이다. 바로 잡아야지. 해우는 그렇게 중얼거린다.

홍이 말에 올라탄다. 그 옆에 계화도 함께이다. 사 씨는 역린을 나갈 수 없으니 제사장 대리로 계화가 왔다. 현 사 씨의 수명이 얼마 안남은 상태에서 계화를 내보낸 자체가 큰 도박이었다. 모두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홍이 크게 심호흡한다. 얼어붙은 파도와 같은 침묵을 유지한다. 타닥, 어디선가 불을 붙이는 소리가 들린다. 바깥에 선 군사들이 긴 장대에 불을 붙이고 들어올린다. 홍이 입을 연다. 아주 작은, 이 수많은 군사들에게는 들리지도 않을 아주 작은 목소리다. 하지만 모두가 그 작은 말을 기다리고 기다렸던 말이다. 그 작은 바람 같은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쿵! 쿵!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나발이 길게 울리고, 그것을 압도하는 긴 함성 소리가 들린다. 해우가 말을 몰기 시작한다. 드디어 수도를 향해.

스토리텔러: 안정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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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우리 프로젝트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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