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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발화]

붉은 왕이 오고 있다!

 

성문 밖의 상인들이 수도 외곽의 쥐구멍으로 또는 약간의 폭약을 이용해 어떻게든 수도 안으로 들여보낸 소식이 수도 백성 전체를 흔들었다.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싶건만 군사들이 철통같이 보호하는 성문은 열릴 낌새도 보이지 않았다. 왕이 오고 계시는데... 왕이... 저들끼리 속닥속닥, 대신관료들이면 뒷돈을 찔러서라도 문을 열어보겠건만 군사들은 온전히 천의 충성스러운 세력이었다. 폭군에 겁에 질려 숨기까지 하는 왕이라니. 수도 내의 돈 좀 가졌다 하는 상인 세력, 양반들, 대신관료들까지 가진 것들을 모두 내놨다. 붉은 왕이 올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었다. 하나 같이 붉은 염료를 몸에 처바른다. 붉게 물든 사람들이 각자의 무기, 볼품없는 식칼이라도 붙잡고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붉은 왕이 오고 있다!

붉은 왕이 오고 있다!

붉은 왕이 오고 있다!

 

그들의 함성이 수도 전체에 울린다. 소식을 듣지 못한 이들도 함성을 듣고 가축의 피라도 내어 몸에 처발랐다. 멀리 하늘에서 보면 수도가 붉게 물들은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명백한 불꽃이기에.

스토리텔러: 안정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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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우리 프로젝트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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