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친절]
홍은 자신에게 주어진 낡은 초가집 구석에서 몸을 웅크렸다. 초가집 안은 휑했다. 애초에 홍에게 주어진 것이 없어 가져온 짐도 없었고 몸과 입고 있는 옷뿐이었다. 홍은 혼자 있는 것이 낯설었다. 궁에서는 늘 어머니와 함께였고, 유배를 오는 동안에도 장군이나 병사들이 곁에 있었다. 두려움이 뒷덜미로 훅 다가왔다. 당장이라도 방문을 열고 이무기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계승자는 이무기가 잡아먹는다고 했다. 지켜줄 사람도 없이 혼자 있는 홍은 아주 만만한 먹잇감일 것이다. 홍은 주먹을 꼭 쥐었다. 절대로 죽지 않을 거야.
똑똑
초가집의 낡은 문고리가 부딪히는 소리가 천둥보다 크게 들렸다. 홍은 화들짝 놀라 몸을 벽에 바짝 붙였다. 한 번도 누군가를 때려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무기를 때리지 못하면 죽을지도 몰랐다. 홍은 눈을 감고 꼭 쥔 주먹을 허공에 마구 휘둘렀다.
“애기씨, 여기 음식 두고 갑니다. 시장하시면 드세요.”
낯선 목소리에 홍이 눈을 가늘게 떴다. 바짝 긴장한 채 문고리 너머의 소리에 집중했다. 바닥을 조금 끄는 듯한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자, 홍은 천천히 열을 셌다. 열은 홍이 셀 수 있는 제일 큰 숫자였다. 무릎걸음으로 기어가 조심스레 문을 열자 고소한 냄새가 났다. 문고리 앞에 동그랗게 뭉쳐진 밥이 놓여있었다. 유배지로 오는 동안 먹었던 딱딱하고 차가운 밥이 아니었다. 김이 폴폴 나는 뜨거운 밥이었다. 홍은 귀한 음식을 허겁지겁 입안에 밀어 넣었다. 자꾸 목이 메고 볼이 축축해졌다.
“고맙습니다.”
홍은 빈 접시를 보며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