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용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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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오름을 지키고 선 거센 물살에 홍과 해우는 주변을 배회했다. 궁에서 도망친 학자들이 모여 폐쇄적인 섬이라고는 해도 드나들 수 있는 길 하나쯤은 있을 터였다. 하지만 한참을 살펴봐도 그런 길은 보이지 않았다. 지친 홍은 길찾기를 포기하고 주저앉아 섬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만 돌아가자. 시간낭비야.”
해우의 말에도 홍은 아무 반응 없이 섬을 노려봤다. 밤을 꼬박 새서라도 섬의 학자를 만나 용오름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해우는 홍을 억지로 끌고 가려다가 그녀의 옆에 덩달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쩌면 그 날 이후의 가우리에 관한 기록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오랜 시간 말없이 섬을 응시했다. 거센 물소리가 귀에 익을 즈음, 인기척이 느껴졌다. 용오름에 들어가려는 학자였다. 홍은 곧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용오름에 들어가는 방법을 아십니까?”
홍의 질문애도 학자는 대답하지 않고 눈동자만 움직였다. 자신을 위아래로 훑는 시선에 홍이 소개장을 꺼내들었다. 그는 그제서야 길을 알려주겠다며 앞장섰다. 그를 따라 들어선 오솔길은 정돈되어 있지 않아 잠시도 한 눈을 팔 수 없었다. 홍은 이따금씩 돌부리에 걸려 휘청이거나 나뭇가지에 살갗을 스쳐 상처가 났다. 오솔길의 끝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학자는 자연스럽게 구석의 풀숲으로 향했다. 작은 배 한 척이 수풀에 덮여있었다. 홍과 해우가 배에 올라타자 학자는 강줄기를 따라 노를 저었다. 강의 끝은 바다와 만났고, 온순한 물길은 용오름으로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