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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기도]

비가 쏟아진다. 비가 오는 것은 용의 은혜요, 이무기의 능력이라. 용을 향한 제사를 올리는 날 비가 오니 용이 제사에 응하는 모양으로 보였다. 가우리 사람들은 용호를 향해 절하며 기쁘게 비를 맞았다. 그러나 제사가 진행되는 왕궁은 어둡고 축축한 기운이 감돌았다.

 

화려한 의복을 입은 왕이 용호 앞에 절했다.

 

한 걸음 뒤에 선 소년이 왕을 따라 허리를 숙였다.

빳빳하던 대신들의 허리도 수그러든다.

 

계승자를 가두고 때리라 말하던 혀가 멈춰있고 잘못을 빌 때까지 모욕하던 입은 추가 달린 듯이 꽉 잠겼다.

소년은 나라의 안녕을 바라는 제사에서 저 홀로 품어왔던 소원을 빌었다.

용이 있다면, 정말 용이 있다면.

부디 나를 버리시고 당신의 여의주를 가엽게 여겨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스토리텔러: 박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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