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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보호]

어디선가 나타난 산짐승들이 홍의 앞을 가로막았다. 사나운 짐승의 소리와 흥분한 인간들의 소리가 얽혔다. 기묘한 대치 상황이었다. 낫과 호미, 막대기까지 무기가 될 법한 것을 손에 쥔 사람들과 그들에게서 홍을 보호하듯 둘러싼 산짐승들.

 

“며칠 전에 군대가 찾던 사람이 틀림없지?”

“그래. 붉은 머리랑 같이 다니는 여자. 틀림없어.”

“순순히 이리로 와!”

 

비쩍 마른 남자가 위협적으로 호미를 휘둘렀다. 그러자 홍의 앞을 가로막은 호랑이가 당장이라도 남자에게 달려들 듯이 몸을 낮췄다. 남자가 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엇에 홀린 것처럼, 홍을 감싼 짐승들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무기를 휘둘렀다.

 

“주홍!”

 

해우의 손이 남자의 목을 틀어쥐었다. 급하게 달려온 듯 해우의 호흡이 거칠었다.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해우의 손등을 긁었다. 허우적대던 남자가 축 늘어진 것을 확인하자 해우는 남자를 아무렇게나 던졌다. 해우의 모습을 확인한 짐승들이 양쪽으로 갈라져 길을 열었다. 그 신비로운 광경에 사람들이 몸을 떨었다. 해우는 당장이라도 사람들의 목을 부러트릴 것처럼 붉은 눈을 빛냈다.

 

“해우, 그만해!”

 

홍이 해우의 손목을 붙잡았다. 홍의 검은 눈동자가 해우의 시선에 닿았다. 해우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홍을 제 뒤로 숨겼다. 여의주를 지키려는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스토리텔러: 박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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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우리 프로젝트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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