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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마을 사람]

심상치 않은 기운이 마을을 덮었다. 뼈를 파고드는 추위로 얼어있던 땅이 서서히 녹아 그 속을 드러냈다. 땅을 타고 뜨거운 공기가 퍼져나가자 빗장을 걸고 낯선 이들을 경계하던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문을 열고 밖을 살폈다. 해우와 홍 주변의 땅은 이미 완전히 녹아 낯선 기운의 근원을 드러냈다.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줘.”

 

홍의 한 마디에 장정들이 바삐 움직였다. 들고 왔던 짐을 풀어 두툼한 새 옷과 음식들을 꺼내 사람들에게 나누었다. 날이 선 눈빛으로 낯선 방문객을 뜯어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누그러졌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분은 새 왕이십니다! 왕의 이무기가 땅을 녹이고 있지요!”

“왕? 왕이라고?”

“하지만 왕은….”

 

홍이나 해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계화의 높은 목소리가 사람들의 귀에 닿았다. 붉은 머리카락, 붉은 눈. 심상치 않은 해우의 모습과 자신들에게 음식을 나누어주는 홍의 모습은 가히 신과 같았으나 가우리의 왕은 다른 이였다.

 

“곧 시대가 바뀔 겁니다. 이미 소문이 파다하다고요! 새 왕이 우리를 지켜주실 거예요. 보세요, 땅을 녹이고 음식을 나눠주시는 분입니다!”

 

사람들은 그 말에 하나둘 동의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팔을 번쩍 들고 외쳤다. 새 왕 만세! 그 말은 파도처럼 번져나가 작은 마을을 뒤흔들었다. 새 왕 만세! 우리들의 왕 만세!

스토리텔러: 박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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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우리 프로젝트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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