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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두 번째 마을]

계화는 사 씨와 약속했던 시간이 되었다며 역린으로 오라는 말만 남기고 장정들과 함께 홀연히 사라졌다. 식량을 모두 나눠주어 더 가진 짐이라고는 계화가 주었던 돈 정도가 전부였다. 홍과 해우는 계화가 일러준 다음 마을로 향했다.

다음 마을은 그리 멀지 않았다. 산 하나를 넘으면 바로 보이는 마을. 어스름히 해가 질 무렵, 홍과 해우는 마을 어귀의 장승을 발견했다.

 

도착한 마을 역시 이전의 마을보다 처참했다.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의 외벽은 부서져 있었고 사람이 살고 있다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미 사라진 마을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았다. 입안이 썼다. 그러나 해가 졌고, 홍이 노숙을 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여기서 잠깐 기다려. 쓸만한 집이 있는지 보고 올게.”

 

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해우는 그나마 멀쩡한 집을 찾기 시작했다. 홍의 시야에서 해우가 완전히 사라졌다. 홍은 얼어붙은 땅을 발끝으로 툭툭 두드렸다. 집이었던 섬을 잃었다. 가족이었던 섬사람들도 모두 죽었다. 왕에 의해.

 

죽은 듯이 살았다. 유배지 밖으로 나가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상인들이 섬에 오는 날은 집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왕은 또 홍의 가족을 죽였다. 이제 홍에게는 해우밖에 남지 않았다. 다음 차례는 해우일까. 아니면 홍이 될지도 몰랐다. 어둠 속에서 두려움이 홍을 덮쳤다. 그때였다.

 

“잡아라!"

스토리텔러: 박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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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우리 프로젝트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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