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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역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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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이에요!”
손의 주인은 계화였다. 계화는 빠르게 인파를 뚫고 풍등의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두 사람을 이끌었다. 군사들은 여전히 인파 속에서 홍과 해우를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계화는 멈추지 않고 항구의 북쪽으로 달렸다. 항구가 아득히 멀어졌을 즈음, 계화는 무언가 깨달은 듯 멈춰서서 다급히 손을 놓았다.
“제가 손목을 너무 세게 잡고 있었네요! 괜찮으신가요?!”
홍은 붉어진 손목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목의 통증보다는 가쁜 숨을 정돈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홍의 호흡이 안정되자 계화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를 따라 간 길은 길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변변찮았다. 사람의 출입이 적은지 더 깊이 들어가면 흔적조차 없어질 듯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에는 작고 오래된 마을이 있었다. 그들이 마을에 들어서는 것을 본 사람들은 저마다 수군대기 시작했다. 붉은 왕, 문양, 계승자 같은 단어들이 환희와 함께 섞여 들려왔다. 계화는 기세등등하게 걸으며 마을의 가장 안쪽으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크진 않지만 위엄 있는 건물 하나가 나타났다. 건물 앞을 지키던 문지기가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열었다.
“오셨군요. 붉은 왕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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