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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탄생]

우렁찬 울음소리가 좁은 방을 울렸다. 그러나 아이의 탄생을 축하해야 할 사람들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태어난 아기를 마치 괴물이라도 보는 양 멀찌감치 떨어져 겁에 질린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강보에 싸인 아기는 차가운 시선 속에 목소리를 높여 울었다.

 

“아이를 보여라.”

 

왕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렸다. 그것은 기쁨이나 감격에 젖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궁인 하나가 강보를 풀어헤치고 아기의 등을 내보였다. 작고 흐릿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검은 문양. 왕은 그것이 자신의 등에 새겨진 문양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계승자 천이 가진 것과도 같았다. 두 번째 계승자.

 

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겁에 질린 듯도, 괴로워하는 듯도 했다. 왕은 숙빈 이씨의 회임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정해두었던 이름을 천천히 발음했다.

 

“홍. 아기의 이름은…, 홍이다.”

 

궁인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도 허리를 숙여 새로 태어난 공주에 대한 예를 표했다. 왕의 입술이 벌어졌다가 닫히기를 몇 번 반복했다. 주홍을 낳은 숙빈 이씨는 난산에 지쳐 기절했으니 왕의 명령에 저항할 목소리가 없었다. 왕은 고통과 땀에 절어있는 숙빈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숙빈 이씨와 주홍을 냉궁에 유폐하라.”

스토리텔러: 박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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