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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해 [기억]
호수에서 건져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은 정신을 차렸다. 두어 번의 기침과 한 차례의 심호흡. 그것으로 그는 평온을 찾았다. 물에 빠져 죽어가던 사람이라고 하기엔 강한 위화감이 들었다. 소년은 나를 한 번 보고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그곳에 다른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 시선은 다시 내게로 꽂혔다. 눈동자엔 낯선 생명체에 대한 경계가 가득했다. 나는 경계심을 풀기 위해 인간의 형체로 모습을 변화시켰다. 소년은 놀란 듯 내게서 조금씩 떨어졌다.
“너는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나는 소년의 질문에 이무기라고 답했고 그가 나의 주인이라는 것도 덧붙였다. 소년은 다소 당황한 기색이었다. 호수에 빠진 것이 이무기를 탄생시킬 줄은 꿈에도 몰랐을 테니. 그 때 먼 발치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을 찾고 있는 듯했다. 그는 나의 존재를 감추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는지, 내게 숨으라고 손짓하며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나는 멀어져가는 그에게 이름을 물었다.
“천이다. 주천.”
이것이 내가 가진 가장 처음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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