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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희망]

내내 달을 가리고 있던 구름이 천천히 흩어졌다. 겨우 얼굴을 내민 달빛이 소년이 머무는 궁에 희미하게 닿았다.

그것은 자신을 이무기라고 소개했다. 이무기 따위가 있겠느냐고 비웃던 소년은 그것에게 은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것이 진짜 이무기인지 계승자를 괴롭히려는 술수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것이 진짜 이무기라면. 정말로 이 나라에 이무기와 용이 있고, 그 이무기가 제게 온 거라면. 소년의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소년은 주먹으로 가슴께를 꾹 눌렀다. 그것은 아직 제 팔뚝만큼 얇았고, 비는커녕 물 한 방울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이 다 자라 비를 몰고 온다면 소년은 왕이, 아무도 무시하지 못하는 진짜 왕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제대로 기능할 때까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겠다. 어둠 속에서 짙게 빛나던 안광이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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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박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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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우리 프로젝트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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