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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해 [검]

그 후로 며칠 동안 천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매일 호수를 헤엄치며 그의 기운을 느꼈다. 그는 잠을 잘 때를 제외하면 거의 항상 불안에 떨고 있었다. 때때로는 잠을 잘 때조차 불안감에 시달렸다. 어쩌면 잠에 들지 못하고 밤을 꼬박 지새우는지도 몰랐다. 얼마 후 천이 호수에 찾아왔을 때, 그는 불안을 느끼지 않았다. 그를 진정시킨 것이 호수였는지, 다른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천이 안정되면 나 또한 그렇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날 천은 내게 ‘은해’라는 이름과 함께 한 자루의 검을 주었다. 그는 언젠가 위험한 순간이 오거든, 검으로 자신을 지켜달라 말했다. 그것이 주인에 대한 도리라며. 그리고 나지막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너만은 절대 나를 배신하지 말거라.”

 

그 말을 하는 중에 천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의 불안을 잠재우고 싶었다. 나는 천의 앞으로 가 무릎을 꿇었다.

 

 

주군께서 필요로 하신다면 기꺼이

스토리텔러: 고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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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우리 프로젝트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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